1. 고르고 13은 언제 끝나는가.
오사카에서 다음과 같은 제목의 책을 본적이 있다.
<고르고 13은 언제 끝나는가> 타케쿠마 겐타로 竹熊 健太郎
고르고 13은 사이토우 타카오의 만화로 1968년 <빅코믹>에서 연재를 시작 지금까지 130권 정도 나온 만화다. 세계최장기 연재만화로 잘 알려져 있다. 아마 이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만화가 사이토우 타카오나 <고르고 13>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 같다. 그보다는 사이토우 타카오의 다른 작품 <생존게임>을 더 많이 기억할 것이다.
기억 하는가? 무인도에서 기어코 생존해가던 그 소년의 이야기를.
여하간 유스호스텔 로비에서 이 재밌는 책을 읽으려 하였으나... 일어가 딸리니 머리만 아프다. 때마침 옆에서 놀던 꼬마들이 기타를 치길래 뺏어서 애들한테 코드 잡는 법이나 알려주게 되었다.
이놈의 <고르고13>.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고르고13의 광팬으로 알려져있다.
그나저나 이 여행기는 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
2. 금각사 가는 길
2월 26일. 전날 맥주를 너무 마셔 늦게 일어났다. 대충 아점을 먹고 밖으로 나간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금각사. 리셉션에서 버스 패스를 사는데, 이 양반들 또 내 말을 듣더니 막 웃는다. 대체 내 발음이 뭐가 그리 문제란 말인가.
교토시내의 버스비는 220엔, 한국돈으로는 2000원 정도 된다. 그래서 버스는 2회이상 타게 될 경우는 버스 패스를 사는 게 좋다. 패스의 가격은 500엔.(시내에서는 490엔 정도에 파는 것도 봤다.) 여하간 패스를 사고 동생과 길을 나섰다.
숙소 옆에 있어서 늘 지나쳤던 쇼세이엔(涉成園). 유명한 정원이다. 나중에 이날 여기서 조치훈이 바둑을 두었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 기사들은 이런 곳에서 바둑을 두나보다.
안에서 보면 이런 곳이랜다. 아, 나도 여기서 바둑 한 판 두고 싶다.
버스를 타는 것은 약간의 노력만 해준다면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유의 할 점은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린다는 것.
옆자리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말을 걸어보았다.(물론 영어) 태국에서 온 부부였는데, 이들도 금각사로 가는 길 이랜다. 꽤 해매는 것 같아서 금각사 입구까지 내가 안내하는 식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금각사로 가는 길
용변을 보고 오는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화장실이 개방형이다. 여기, 선진국이 아니었던가? 초난감.(어물쩡거리거 걸어오는 내가 보인다.)
3. 비오는 금각사
동생과 같이 찍은 몇 안되는 사진. 둘 다 왜 이리 짧아 보이나...
금각사에 들어갈 즈음 날이 흐려지더니 이슬비가 내린다. 우산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입구에 있는 종루. 내가 본 일본종들은 한국의 종들과 비교해 대게 크기가 작고 지면에서 좀 더 높이 달려있었다. 소리는... 종소리지 머.
금각사의 입장권은 저렇게 한지에 붓글씨로 쓰여져 있다. 동생이 사진은 이렇게 찍는거야, 하며 포즈를 취한다.
자 이제 슬슬 들어가 볼까나.
들어가자 마자 화려한 금각이 보이고 여기저기 탄성이 들린다. 음, 사진과 다를게 없군. 하지만 역시 최고의 랜드마크 인지라 인증샷을 찍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인증샷. 이 증거사진 한 장 박으러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실제로 본 금각은 금박보다는 금색 락카를 칠한 것 같았다. 직접 깨물어 보지 않았으니 정말 금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가 돌반지 마냥 번쩍번쩍하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워낙 잘 만들어놓은 정원이라 정말 근사한 풍경이었다.
금각사. 이 녀석은 한 눈에 보기에도 절이라기 보다는 귀족의 정원에 가깝다. 금각의 1, 2, 3층의 건축양식과 용도가 다른 것을 보아도 그렇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잘 만든 접대시설에 근접해 보인다. 정말 기가막히게 잘 만든 별장이다.
유명하다는 금각의 봉황. 금각이 사원목적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금각사의 재미는 금각보다는 일본식 정원의 묘미에 있다. 비오는 금각사의 정원은 대단히 운치있고 공기는 상쾌했다. 2월의 교토는 겨울이었지만 이곳만은 계절을 잊은듯 초록이 만연했다.
이런 아기자기한 볼 것들이 계속 이어져 있다.
금각사의 석탑. 일본에는 석탑이 거의 없는 듯 했다. 지진 때문일까? 있어도 저렇게 작고 멋없는 것들만 보았다.
왠 조잡한(?) 석불들이 있고 사람들이 던진 동전이 쌓여있다. 남들 하는 거, 나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작은 폭포. 팻말이 있길래 지나가는 중삐리들에게 물으니(물론 일본어로!) ‘잉어의 샘’이라고 알려주었다. 샘인지 폭포인지 확실히는 기억안나지만 여하간 잉어 뭐시기 였음. 본래 이름은 龍門瀑. 여기서 잉어가 용이 되어 올라가는 것일까?
보이는가 저 새카만 잉어때들. 물론 위의 잉어폭포에 있는 것은 아니고, 금각에 있는 교코치(鏡湖池)의 잉어들
세카테이(石佳亭). 금각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다실. 그러니까... 금각에서 차를 마시는게 아니라 이 초가지붕 정자에서 차를 마신덴다. 여기서 차를 마시며 바라보는 석양이 대단하다는데... 그렇다고 저녁까지 여기서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좁고 소박한 공간에서 즐긴다는 일본의 茶道라는게 이런 것인가보다. 이런 것을 보고있노라면 고교시절 국어 선생이 선유도에 놀러가서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놀고 자빠질려고 환장했구먼’ 귀족의 오락을 위해 얼마나 많은 민중이 고혈을 뽑혀야 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저 옛 귀족의 놀이터를 둘러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으로 용서 될 수 있는 것이란 없다.
어제 새벽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도 않았다. 실내에는 작은 족자가 있었다.
그니까 이런데서 차 한잔 마신단다.
후도도(不動堂). 다실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불당이 나온다. 후도도(不動堂), 이름이 재밌다. 움직이지 않는 집은 아니고 不動明王을 안치한 곳이다. 부동명왕은 힌두신화의 시바를 말한다. 아미타나 석존이 아닌 다른 잡신을 모시고 있는게 신기하긴 한데, 워낙 불교라는 게 다신교라서 일일이 신경쓰기엔 머리가 좀 아프다. 일본의 절이나 신사참배에 대해서는 담에 더 야그 할테니 여기서 접도록 하고...
이런 곳에선 이렇게 운세풀이를 할 수 있는 게 있는데, 여긴 특이하게 한국어 자판기가 있다. 해볼까 하다가... 동생 눈치도 있고 해서(대외적으로는 유물론자인지라... ㅡ.-)
후도도 옆에 있는 조그만 전실(?) 일본에는 길거리에 이런게 많았다. 잡신들을 모시는 곳 같은데, 이게 구조는 큰절의 본당이나 이 우체통만한 것이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우를 모시는 곳이다.(내가 본 것중에는 여우를 들여놓은 곳이 가장 많았다.)
금각사를 나오려는데, 동생에게 전화가 온다. 절간에서, 국제전화로... 쑈를 하고 있다.
나가는 길. 비를 하도 맞아서 카메라 관리가 힘든 날이었다.
정리 차원에서 보여주는 이날의 이동경로. 금각사, 니죠죠, 니시키 시장...
비가 오는 금각사. 정식명칭 로쿠온지 鹿苑寺
4.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는 최근 남대문 화재로 한국인에게 더욱 잘 알려지게 된 소설이다. 금각사를 가보니 당연히 미시마 유키오가 생각난다. 아름다운 것을 왜 불사르는가. 내가 그 방화범이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아 금각사를 샀을 것이다. 그리고 녹차 한잔. -.ㅡ 그게 아니면 점거농성정도? (4명 정도를 모은다면 24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버티는 동안 금각에서 차 한잔?)
내가 둔해서 인지 이곳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왠지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서 장황하게 늘어놓아야 할 것 같지만... 귀찮기도 하고(실은 아는게 없은) 잼 없으니까 여기서 마칠란다.

금각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