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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 박근혜 이후의 시민사회를 생각하기 위한 11가지 단상

posted Feb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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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후의 시민사회를 생각하기 위한 11가지 단상

1.

2014년, 세월호 승객들의 조속한 구조를 기원하며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 모두가 분노하고 있을 때 난 그저 일만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느덧 나도 세상을 이 따위로 만든 공범자가 되었구나. 그런데 살면서 까라 영수증 한 번 안만들어 본 사람이 있기는 할까.

2.

산업이라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업계라고 하는 것이 있다. 世間의 말로는 生態界라고도 한다. 노동조합이 있고, 시민단체가 있으며, 엔지오나 엔피오, 넓게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라는 것도 있다. 이들은 통계청이 만든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하면 “S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94 ~ 96)”에 속하는 영역과 겹쳐 있다. 이 분류에는 자동차, 기계, 가전제품수리업, 이미용, 욕탕, 마사지, 세탁, 장례식도 있긴 하지만 산업, 전문가단체, 노동조합, 종교, 정치, 시민운동단체등이 포함되니 그럭저럭 분류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3.

한국표준산업분류상 S의 영역에서 일반서비스업과 정치‧시민‧노동단체등을 분리해서 규정할 수는 없을까? 때론 운동권으로, 때론 활동가로 호명되는 사람들이 일하는 산업의 생태계는 어떻게 규정될 수 있을까? 이들에게는 산업내에 통용되는 특수한 전문용어와 전문지식이 존재하며 산업내에서만 인정받는 독특한 경력과 경험들이 있다. 여기서는 학문적 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기에 편의상 아무렇게나 부르고자 한다. 일단 싱구파르키(Xinguparque)라 부르겠다. 임의적으로 붙인 말이니 싱구파르키든 아이마라(Aymara)든 각자 알아서, 원하는 대로 불러도 상관 없다.

4.

싱구파르키의 윤리적 수준은 한국사회의 평균과 다른가. 다르다면 높을까 낮을까. 높아야 할까 낮아야 할까. 이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딱 평균이고 특별히 더 높지도 더 낮지도 않다는 것이다.

5.

2000년대 초반 임지현 교수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우리안의 파시즘” 논쟁은 어찌보면 그 싱구파르키의 윤리적 아비투스(관습)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쉽게 말해 운동권들 권위주의를 비판하지만 실은 너무 권위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홍구 교수는 반성은 “조용히 하라”고 비판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10년 뒤 한홍구 교수가 주도하여 만들어진 평화박물관은 한홍구 교수의 전횡이 큰 문제가 되었다. 한 교수의 반대 입장에 선 활동가들은 한홍구 교수의 독단적인 운영을 문제 삼았고, 한홍구 교수는 자신이 사재를 털어 만든 조직이며 “내가 이사회를 대표한다”고 대립했다.

6.

싱구파르키, 당신들, 그리고 우리는 과연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의 수준에 다다른 것인가. 이들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윤리의 허들바를 넘지 못할 경우 사회적 지지는 어떻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7.

박근혜-최순실 사태의 근본원인과 그 해결에 대해서는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사유화라는 진단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선출직 공직자가 처리하는 주요 사안의 사전정보가 선출직 공직자의 아삼륙과 공유되고 그 아삼륙은 과정에 개입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은 선출직 공직자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묻고 싶다. 크기의 차이는 당연하겠지만 싱구파르키, 당신들,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이런 일이 없을까?

8.

비밀선, 秘線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것은 대학에 들어간 스무살 때였다. 당시에 학생운동은 공식적으로 선출된 학생회장들이 주요한 직책과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은 선출되지 않은 이른바 비선분파라는 사람들이 실제로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학생운동을 잘 모르기에 실제로 그랬는지 어땠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내가 소시적에 비선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보았다.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 부끄러운 것인지, 당당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있기는 있었던 것 같다.

9.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는 경기동부라는 비선조직을 人口에 膾炙시켰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이후 비대위를 이끈 최순영 전 의원은 비대위를 맡고 확인해보니 민주노동당이 이석기의 기획사에 20억원의 빚이 있었다며 일종의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세상이 모두 이석기와 경기동부를 욕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 정도로 내가 공명정대하게 살아왔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맡은 사업의 비용 집행과정에서 내가 늘 공명정대한 과정을 밟아왔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10.

좋든 싫든 박근혜-최순실 사태는 공식적 권력과 사적 권력사이에는 일정한 경계가 있고 그 경계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대중적 인식을 확고하게 만든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다수는 한번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며 촛불을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이후의 한국 사회는 어떤 세상이 되어야 할까. 우리가 권력에게 가한 비판의 칼날이 우리에게 돌아올 때 우리는 과연 안전할까. 어쩌면 버나드 쇼의 농담처럼 “다 틀통났으니 빨리 도망가”야 할까.

11.

싱구파르키가 고고한 성인군자의 집단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나 역시 이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중의 윤리적 기준과 산업 내부의 윤리간의 격차가 크다면 어느 정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는 단체가 망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사회적 윤리조차 내부적으로 지킬 수 없는 조직이라면 망해도 크게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다시 묻고 싶다. 박근혜 이후의 시민사회, 싱구파르키의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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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성장해 2000년대를 살고 있다.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스스로를 역사학도라 생각한다. 면식과 만화, 수다와 어린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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