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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연애는 혁명의 적, 혁명은 연애의 적

posted Oct 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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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혁명의 적, 혁명은 연애의 적

2008년 10월 11일 (토) 17:15:24    건더기 rnjsqudejr@hanmail.net

 

  연애? 먹는건가요?

▲ 바야흐로 연애의 시대! (사진출처 SBS)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영원한 인류의 화두일까. 사랑을 남녀 간의 사랑, 즉 연애로 한정시켜 보자(동성간의 그것이라도 상관없다). 쉽지 않은 문제다. 사회사(社會史)의 시선으로 보면 연애란 근대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새로이 등장한 이 판도라의 상자를 두고 수 많은 에피메테우스들은 고민했다. 해석은 분분했다. 수 많은 논쟁과 이데올로기 투쟁이 일어났다. 연애는 그야말로 광범한 이론·실천·투쟁의 장이었다.

   
▲ 어라? 벌핀치 옹께서 프로메테우스 시리즈들은 티탄족이라 하셨는데... 이 귀여운 미소년은 누구삼? (사진출처 http://spiritoftheages.com/)



  좌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에리히 프롬, 벡 부부들은 근대 자본주의의 형성과 연애의 등장을 철학과 사회학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그에 비해 볼세비키의 패미니스트,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좀 더 과격했다. 레닌이 국가가 사멸하는 이상사회를 그렸다면 콜론타이는 가부장제와 부르주아 윤리의 구속이 사멸한 자유연애의 왕국을 구상했다.

   
▲ 중요한 사람이니까 외워둘 필요가 있다. 출산드라가 아니라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사진출처 http://www.fgcibelluno.altervista.org/)


  콜론타이는 운동권의 연애에 무게 있는 문제의식을 가진 최초의 운동권이었다. 192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모단(modern)과 자유연애(love)의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회주의와 콜론타이의 <붉은 사랑>이 채워지게 되었다.



  사랑은 갈라섬, 일치를 향한 확연한 갈라섬


  한국에서 운동권의 연애담론이 재등장한 것은 80년대의 일이다. 유화조치와 졸업정원제로 대량배출 된 운동권들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려고 했다. 그것은 대항문화이자 대안문화였다. 대중가요 대신 민중가요를 부르고 디스코 대신 해방춤을 추기 시작했다. 연애도 예외는 아니었다. 운동권의 연애론, 소위 동지적 연애관은 그렇게 태어났다.

   
▲ 오오, 이름은 들어봤는가. 운동권 노루표로 알려진 월간 노동해방문학! (사진출처 http://www.laborsbook.org/)


  물론 이는 공식적으로, 체계적으로 이론화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습속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월간 <노동해방문학> 91년 1월호에 실린 <노동자적 ‘연애관’을 생각한다>라는 글을 살펴보자. 이 글에서는 노동자적 연애관을 세가지로 정의한다. 그것은

  1) 노동해방의 대의에 우리의 사랑을 종속시키며 우리는 노동해방의 대의가 요구하는 그 어떤 고난과 시련과 주의의 동지들과 함께 당차게 극복해 나갈 것을 약속해야 한다. (‘시련과’가 아니라 ‘시련을’이 맞겠지만 원문의 묘미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수정하지 않았다.)

  2) 전선으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서로가 책임(!) 질 것을 서로에게 약속해야 한다.(괄호안의 느낌표는 본문)

  3)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의 혁명적 사상을 치켜세워야 한다.



   
▲ 학교에서도, 운동권 언니도 카베(Étienne Cabet 1778~1856)는 안 가르쳐 주신다. 그러니 외우자.(사진출처 http://nihs.info/)

  공상적 사회주의자 카베가 여행했던 ‘이카리아’에서나 나오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20년전 한국의 모습이다. 이 글을 읽은 소위 ‘선진 노동자들’이 어떻게 연애를 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파업>, <경성 트로이카>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안재성이 90년에 발표한 장편 <사랑의 조건>은 동지적 연애관을 서사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던 두 활동가의 행복한 결합은 혁명의 대의와 개인의 행복 사이에서 고뇌하던 운동권들에게 한 모금의 청량음료 같은 소설이었다. 결국 동지적 연애관이란 운동과 연애를 결합시키려는 시도였다. 열심히 운동도 하고, 그러면서 사랑도 하라는.


  좋게 말하면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을 한국적으로 전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비현실적인(불가능한) 구속이다. 무엇보다 숨막힌다. 실제로 수 많은 후일담 소설이 당시 운동권들의 연애를(그리고 연애감정을) 우울하게 그리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그 유명한 소설!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acelhk0314)


  이와 관련해서 한 논문에 인용된 인터뷰를 살펴보자.

운동할 때는 운동적 도덕관으로 결혼했다가 지금에 와서 그것이 여러가지 이유로 그 부부가 깨지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지. 이혼이 유행이라고 할 정도로. 80년대에는 그 운동적 도덕성, 그 속에서 노출 활동가와 결혼했던 학출도 많았고. 그리고 그 당시에야 조직적 성향이 같으면 결혼한 케이스도 많고...(하략)
- 박현귀 <80년대 변혁운동가들의 정체성 변화과정 : ‘운동권’ 출신의 여성 모임을 중심으로> (27쪽)

돌 이켜보면 나는 남편과 많이도 싸웠다. 어처구니없는 성분업에 분노하고 이런 문제에 둔감한 ‘머리만 진보적인’ 남편에게 더 분노하고. 보통 남자들이 ‘남성다움’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부터도 자유로우려 한 남편에게 분노하고 분노하고...... (54쪽)


  행복하게 잘 사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 사실 이 분도 한때는 후일담 소설가였다는... (사진출처 세계일보)



  연애를 사회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의 연애는 개인의 영역이다. 한국의 사회운동이 이를 침식하려는 기획을 했던 것은 그 안에 ‘개인’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소화기 사용법 알아요?



  물론 80년대라는 뜨거운 잔치는 끝났고, 동지적 연애관이라는 담론도 사그라들었다. 오늘날 학생운동은 ‘연애’에 대해 방기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물론 운동권들 사이에서 흉흉하게 떠도는 특정정파의 다자간 공유연애 라는 것도 있지만, 이것은 사실을 확인할 길도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한국적 상황에서 나온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오늘날 가장 연애에 대해서 고민하는 운동집단은 좌파가 아니라 여성주의자들이다. 이들은 가부장적 폭력성으로 무장한 한국의 남성 운동권들에게 일정한 경종을(그리고 혐오 까지도) 울려주고 있다. 하지만 여성주의가 ‘여성주의적 연애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순간 그것이 동지적 연애관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점을 우려한다.

  어떤 연애가 올바른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연애란 간과 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일상을 통해 일어나는 다양한 긴장과 자극에 좌파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삶을 설명하지 못하는 운동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나는 그것이 개인을 짓누르는 당위론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사실 소화기 사용법은 어청장님이 가장 잘 아신단다. (사진출처 데일리안)



  영화 <봄날은 간다>의 은수는 두 남자에게 물었다. “소화기 사용법 알아요?” 당신은 무엇이라 대답할 것인가. ‘나는 부르주아적 연애 따윈 하지 않소.’라고 외칠 것인가. ‘나는 사회주의와 결혼했어요.’라고 말할 것인가. 혹은 ‘분위기 전환법은 알아요.’라고 답할 것인가. 정답은 없다. 하지만 대답은 있어야 한다.

   
▲ 님 좀 능력자신 듯~


  나라면? 군말없이 소화기를 들고 그녀에게 빠삐놈을 연주해 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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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를 성장해 2000년대를 살고 있다.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스스로를 역사학도라고 생각한다. 면식과 만화 수다와 어린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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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더기 2008.10.11 23:40
    학교 웹진에 쓴 글, 써놓고 나니... 다소 황망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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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혜 2008.10.12 12:45
    ㅋ 소화기 잡고 연주하실 날이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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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더기 2008.10.12 13:39
    무리한 추측은 금물입니당~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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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rik 2008.10.12 23:36

    분위기 전환법에 대해선 기억하고 있지만......
    소화기 잡고 연주한다는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근데 나 같으면 저런 질문에 그냥 "네. 왜요?"라고 할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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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더기 2008.10.13 01:23
    그녀를 위해 섹소폰 한 곡정도 연주해주는 센스!
    (이것아, 이영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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