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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진보대학의 딜레마

posted Nov 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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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학의 딜레마


2008년 11월 23일 (일) 22:31:54 건더기 rnjsqudejr@hanmail.net


신자유주의와 진보대학

 

성공회대학교는 진보적인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진보적인 교수들이 즐비해 있으며,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들도 많다. 성공회대학교에 대한 세간의 찬사와 부러움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성공회대학교의 교육 내용과 학풍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성공회대학교가 그동안 진보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까닭이 있을 것이다. 우선 80년대 진보대학의 역할을 해오던 한신대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그 위상이 흔들리게 된 외부적 요인을 무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보다는 종합대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수들과 학교 스텝들의 헌신적인 노력이라는 내부적 요인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서태지만 진보는 아니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큰 물결에 부딛혀야 했다. 그것은 교육의 시장화라고도 하고, 대학의 신자유주의화라고도 한다. 무엇으로 불러도 좋다. 그것이 무엇이든 한국의 대학은 시장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학부제라고 불리는 모집단위의 광역화가 실시되었으며, 비정규직 교원의 비중이 늘어났다. 학사관리는 빠듯해졌고, 대형 강의가 늘어나며, 강의신청자가 적은 수업들은 폐강되었다. 무엇보다 대학생들의 등록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것이 한나라당이 이름 지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등록금을 반 값으로 줄이겠다던 한나라당이 집권했으나 이 같은 시장경쟁의 압력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성공회대학교는 이 같은 흐름에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력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어쨌든 성공회대학교의 등록금은 다른 대학교에 비해 저렴한 편이며, 학생과 교수를 3시간동안 안드로메다 익스프레스에 탑승시키는 대형강의도 없다. 비정규 교원의 수당은 다른 학교에 비해 높은 편이다. 급진적인 운동권 학생이라고 해서 학교로부터 제제나 압력을 받지도 않는다. 학내에서 학생운동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성공회대학교의 사정은 다른 학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물론 이는 상대적인 것이다.

 

신라면도 오르고 짜장면도 올랐지만...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내가 처음 대학에 입학했던 2000년 당시 내가 다닌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이 190만원이었다.(나는 2004년에 편입학으로 성공회대에 오게 되었다.) 이미 다른 대학들은 200만원이 넘어있었다. 지금 내가 내는 등록금은 300만원이 넘는다. 100만원대 등록금도 비싸다고 느꼈던 내가 이제는 300만원대의 등록금을 내고 있다. 물론 그동안 신라면도 오르고 버스값도 오르고 짜장면도 올랐다. 학교측의 주장처럼 물가가 올라서 등록금이 오르는 것인지 학생들의 주장처럼 등록금이 올라서 물가가 오르는 것인지 나로서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8년전에 200만원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오늘날 300만원의 임금을 주는 직장이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짜장면이 싫다는 어머님도 등록금 앞에서는 어쩔수 없었다는... 사진출처 sportsworldi.com

 

한국에서 노동운동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거나, 좌파정당이 집권하거나, 세계경제가 엄청난 호황을 맞이하지 않는 한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더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등록금은 몇몇 국면을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오를 것이다.

 

새로운 프롤레타리아, 그의 이름은 비정규직

 

성공회대가 추구하는 진보라는 가치가 정확하게 무엇을 지향하는지 나는 모른다. 만약 그것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라는 하나의 지향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성공회대가 점점 사회적 약자들이 다니기 힘든 대학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날 영국의 역사학자 E.P.톰슨이 애써 계급(class)이라 부르던 19세기 영국의 노동계급에 대해서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계급을 더 이상 계급(class)이라고 부르기 어려워 졌으며 톰슨이 그토록 거부하던 개념인 계급들(classes)이라 불러야 될지도 모르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것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인한, 소위 비정규직이라 부르는 새로운 계급의 출현이다. 나는 성공회대가 진보대학이기 이전에 새로운 하층계급인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대학을 다니기 어렵게 된 이 같은 현실을 우려한다.

 


새로운 피착취계급, 비정규직이 등장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다시, 진보대학의 딜레마

 

나는 성공회대가 진보적인 대학이 되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안심하고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등록금을 더욱 낮추어야 한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학생들은 대형강의에 시달려야 할 것이며, 교수들은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일부 돈이 안 된다고 여겨지는 학부는 없애야 할지도 모른다. 돈이 된다고 판단되는 전공이 신설될 수도 있다. 학교의 복지 시설들은 형편없어 질수도 있다. 진보적인 지식인은커녕 보수우익이 강단에 서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컴퓨터실 프린터 이용이 유료화 될 것이다. 이 모든 조치들이 등록금을 낮추고 비정규직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감내할 자신이 있다. 단 똑같은 비정규직인 비정규 교원, 즉 강사들의 희생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비정규 교원의 희생만 아니라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등록금을 낮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이미 오스카 와일드가 안데르센에 대해 신랄히 비판했듯이 영혼이란 부르주아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가자! 은하철도 타고 안드로메다로~  사진출처 http://blog.joins.com/


물론 이에 대해 오히려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고 말 할 수 있다. 나는 전적으로 동의 한다. 대학의 국유화든 교육재정 확충이든, 나는 이와 관련한 모든 근본적인 개혁에 찬성한다. 하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혁명을 나무에 감 떨어지기를 바라듯 마냥 입을 벌리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급진적인 운동이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변혁을 이루어 내는 동안, 당장 내가 발 딛고 서있는 곳에 대한 즉각적 대응이 필요하다.

 

진보든 극우든 그것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은 빈부와 상관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캐비어 좌파들이 득시글거리는 대학이 아니다.



우디 엘런은 말한다. '입가에 침을 질질흘리면서 카페를 전전하며, 쇼핑백을 든 채 사회주의에 대해 주절거리는 그런 작자들' 사진출처 tedpigeon.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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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를 성장해 2000년대를 살고 있다.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스스로를 역사학도라고 생각한다. 면식과 만화 수다와 어린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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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 2008.11.24 04:00
    후덜덜...캐비어 좌파에 우디엘런의 말... 이말에 뜨끔해하는 사람들이 학교에 있을까요? 암튼 이번 것 좀 쎈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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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더기 2008.11.24 06:40
    <애니 홀>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실리는 글마다 강도에 대한 코멘트가 달라서 이번에도 어떤 반응들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그나저나 잘 지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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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대생 2008.11.29 01:10
    몇몇 교수들 정년이 다 오면 진보 대학 이야기도 끊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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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더기 2008.11.29 02:24
    그저 등록금이 저렴한 대학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이제 졸업이긴 하지만) 진보이론따위야 지난 8~90년대가 그랬듯이 학교 밖에서 얼마든지 공부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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