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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공부 좀 그만하세요

posted Sep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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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좀 그만하세요


2008년 09월 25일 (목) 16:23:33
  건더기 rnjsqudejr@hanmail.net


내가 대학에 입학한 것은 2000년도의 일이었다. ‘환멸의 90년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설렘이 사회에 충만한 시기였다. 그리고 사라져 가는 것들을 향한 아쉬움도 섞여 나오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났다. 9년간 학교를 두 번 다녔고, 두 학교에서 청강을 했으며, 두 학교에서 일을 했다. 그야말로 대학사회의 바퀴벌레, 대학가의 실러캔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들어는 보았는가. 살아있는 화석.

(사진출처 http://kr.blog.yahoo.com/hkpark050505/)


근 10년간 대학을 지켜보면 보고 싶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게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지금 그중 하나를 이야기 하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이런 꼰대가 되고 말았다.

(사진출처 http://kdaq.empas.com/qna/view.html?n=5499994&kc=O&kcs=74&pt=T&pts=74)


예전보다 지금 대학생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공부를 하고 있다.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도서관은 늘 붐빈다. 각종 자격시험을 준비하거나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요즘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한다는 것은(그리고 공부만 하는 바보라고 놀린 것은)내가 입학하던 때부터 고학번 선배들이 입버릇처럼 해오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계속 심해지고 있으며, 대학사회에서 경쟁은 일상이 됐다.


아마 그 이유는 경쟁력강화라는 담론 때문일 것이다. 경쟁자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는 좀 어려운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취업난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학생들이 더욱 많은 것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잘 들어라. 경쟁력. 경쟁력이다!(사진출처 뉴시스)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한국의 대학은 학생들의 영어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영어수업을 늘렸다. 학생들이 너무 글쓰기를 못한다는 교수사회의 요구로 교양국어, 글쓰기 등의 수업도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게 되고 글을 잘 쓰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교양이 빈곤해져가고 있으며. 배운 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는 응용력이 낮아지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일까. 오히려 나는 이것이 너무 많은 공부를 시키는 데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그리고 함께 해보는 경험이다. 내 경험을 돌이켜 보면 소위 운동권 세미나가 학교 수업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했다. 글을 읽고 요점을 파악하고 이를 비판하는 작업, 상대의 주장을 듣고 대화와 논쟁을 통해 서로를 갱신하는 작업이 교수의 강의와 수업발제보다도 값진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즐겁게 책을 읽고 즐겁게 글을 썼으며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이, 이런거 말고!

(사진출처 SBS)


가장 열을 올리며 글을 쓴 것은 수많은 연애편지였다. 문구와 자구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궁극의 문장을 만들기 위해 동서양의 고전들을 섭력해야 했다. 오타와 비문을 찾기위해 하루를 꼬박 퇴고에 매달리게 했으며, 그가 보낸 답장의 행간을 해석하기위해 엄청난 추리력을 발휘해야 했다. 편지를 쓰는 동안은 좌뇌와 우뇌가 수냉식 쿨러를 돌려도 식혀지지 않았으며 뇌하수체와 갑상선의 호르몬 분비를 통제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야 했다.


세미나와 연애편지 따위에 몰두할 수 있던 것은, 그만큼 학교 공부를 게을리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문제에 대해 공부를 시키면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20대의 무식함에 가해지는 많은 공격들은 결코 20대가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예전보다 더 많은 공부를 시키는 데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더 능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기성시대들의 진단은 맞는 것일까.

 

나는 오히려 많은 문제들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과도한 공부를 강제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같은 교육 시스템 속에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혼자 서는 양말조차 갈아 신을 수 없는 꼭두각시 같은 사람들만 양산 될 뿐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여유를 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더 풍성한 교양을 쌓게 하고, 완성된 글을 더 잘 쓰게 하는 것이 경쟁력이나 실력과 상관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팍팍한 삶속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은 더욱 많은 여유를 가져야 하고, 더욱 많이 놀아야 하며, 삶을 더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남아도는 학생들이 연애를 할 것이고, 음악을 들을 것이며, 책을 읽을 것이다. 고민이 있으면 사람들과 대화를 할 것이며, 때론 논쟁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소통을 익히고 서로의 차이를 느끼고 이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이러면 안된다능!

(사진출처 http://sports.khan.co.kr/)


기성세대들은 걱정할 것이다. 내 자식들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겠느냐고. 나는 묻는다. 10대·20대에 일탈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시선과 애정을 가지게 될 것인가.


담배를 피워도 좋고, 클럽에서 신나게 춤을 추어도 좋다. 이성에 미쳐도 좋고 술을 먹어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해도 좋고 가출을 해도 좋다. 근육과 땀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가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사회가 이들의 일탈을 막을 필요는 없다. 이들이 훗날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 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추면 된다.(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어떤 일탈도 좋다. 그것이 스스로의 결단이면 더욱 좋다. 나중에 후회를 해도 좋다. 그 후회가 성장통이 되어 스스로에게 성장의 기회와 숙고의 시간을 줄 수 있으면 된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나는 오늘의 대학사회가 양계장의 닭처럼 자라나 규격화된 입사원서 밖에 쓸 수 없는 사람을 찍어 내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토익점수는 높지만 막상 외국인과 그 나라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것이 슬프다. 글은 많이 쓰지만 레포트월드와 해피캠퍼스, 구글과 네이버를 뒤적거려야만 하는 것이 화가 난다. 가슴 아픈 사랑과 이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하게 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



  

(사진출처 http://blog.skhu.ac.kr/hermes/)


대학생들이 맞춤법을 몰라서 걱정들인가? 대학생이 책을 읽지 않아서 답답한가? '교양국어' 과정을 만들 것인가? '교양독서' 강의를 개설할 것인가? 답은 하나다 그렇다면 대학생을 놀게 하라. 놀다보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쓴 글들을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 할 것이다. 놀다보면 더러는 운동권도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집단이 한국 대학생들 중에서 자기계발서를 멀리하고 그나마 인문사회과학 독서를 하는 유일한 집단인데, 이건 이들이 잘 나서가 아니라 학점을 포기해서 그렇다.



 

(사진출처 http://blog.chosun.com/bocho56/)


물론 세상은 많이 팍팍해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스스로의 삶을 사랑해보지 않는다면, 삶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언제 그럴 수 있을까. 노령연금을 탈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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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를 성장해 2000년대를 살고 있다.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스스로를 역사학도라고 생각한다. 면식과 만화 수다와 어린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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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더기 2008.09.26 17:42
    학교웹진에 쓴 글.(예전에 홈페이지에 써둔 글을 적당히 자기 복제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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