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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왜, 다시 정파인가 - 정파정치에서 계파정치로의 후퇴를 우려하며

posted Mar 2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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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정파인가 - 정파정치에서 계파정치로의 후퇴를 우려하며




최근 진보신당 게시판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는 정파 관련 논쟁에 대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이나마 언급하고자 합니다.


정파란 무엇인가


일부의 당원들은 정파를 NL이나 PD정도로 거대한 이론과 노선투쟁을 거쳐 정립된 강력한 조직을 생각하시고 계십니다. 그러나 실제로 정파란 ‘정치의 영역에서 공통의 의견을 가지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모든 집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일시적일수도 있고, 장기지속적일수도 있습니다. 그 조직은 수직적일수도 있으며, 수평적일수도 있습니다. 고도의 단결성을 가질 수도 있고, 고도의 자율성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단결성을 척도로 보면 한쪽 극단에는 ‘볼세비키’나 ‘다함께’와 같은 철의 규율을 지닌 고도로 단결된 정파조직이 있고 다른 극단에는 진보신당에 있는 각종 자발적 소모임들이 있을 것입니다.




꼭 이 책을 읽어야지만 정파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파는 필연적인가


현대 민주주의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운영하는 원리입니다. 그것은 책임과 권한을 얇게 분산하여 개개인이 정치의 모든 짐을 나눠 맡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질수 있는 대리인에게 이를 위임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시민은 원자화된 형태의 개인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각종 조직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모아서 위임합니다. 원자화된 개인일지라도 이들은 모이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가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정당을 작은 국가라고 본다면 당내 정파는 정당속의 정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힘을 가진 정당이라면 그 권력을 운용하는 문제(누가, 어떻게)에 대해 다양한 갈등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정당에서 정파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어떤 정파냐는 것입니다.

정당에서 정파는 사라져야 하며 모든 권한과 책임을 평당원들이 얇게 나눠 가진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정당을 포기하자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풍요로운 환경에서, 모든 노동을 노예에게 맡기고 아고라를 들락거리며 정치를 토론할 여유가 있던 그리스의 남성 노예주들에게나 가능한 것입니다. 저는 평당원 민주주의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만인의 평등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노예제의 부활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노동을 여성과 노예들에게 맏기고 직접민주주의를 이룩한 위대한(?) 그리스인들


정파는 한국적 특수성인가


정파는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환경에서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권력의 운영과정을 ‘정치’라고 본다면 정파, 즉 집단에 의한 정치는 권력(힘)이 있는 곳이며 어디서나 발생하는 것이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정파정치의 폐해는 정파간의 갈등을 합리적 의사소통과 효과적인 통제를 통해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갈등조절의 실패 사례는 7~80년대 일본의 우치게바(內ゲバ = 정파간의 살육전. 공식 사망자만 100명이 넘는다.)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우치게바가 끝난 지금도 일본은 정파가 존재합니다. 영국 노동당도, 프랑스 사회당도, 독일 사민당도, 모두 다양한 집단들이 정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심지어 후발자본주의 진보정당의 성공사례라 꼽히는 브라질 P.T당의 경우 선진적인 정파등록제를 도입하여 정파갈등을 효과적으로 연착륙시킨 모범적인 사례로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아사마 사건으로 유명해진 연합적군의 모습. 이들은 총괄이라는 이름으로 동지 14명을 처형했다.


진보신당에 정파는 있는가


그렇다면 진보신당에 대체 정파가 있기나 하냐는 질문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많이 받아본 질문입니다. 현재 진보신당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정파는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약칭 전진) 뿐인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전진만이 영원히 홀로 존재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정치의 속성상 필연적인 것입니다. <사회민주주의 공개정파를 준비하는 모임> 외에도 다양한 흐름들이 생겨날 것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이들이 더욱 건전하게 경쟁하고 합리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당을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 당원들의 우려처럼 현재 진보신당에서 정파 질서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안도해야 할 부분이 아니며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해야 할 대목입니다. 즉 정파간의 대결구도로 형성된 정파질서가 사라진 자리에 계파적 질서가 자라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입니다.(정치의 속성상 그 자리에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양질의 토양에는 어떤 식물이든 자라게 됩니다.)


함께하면 외롭지 않다는~


계파정치란 무엇인가


계파정치란 정책과 노선으로 대결하는 정파가 아닌 인물중심의 정치집단을 의미합니다. 일본의 자민당, 한국의 민주화 이후 소위 3김정치, 그리고 한나라당의 친MB계와 친박(근혜)계가 계파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정파에 비해 분명히 퇴행적인 질서입니다. 이것이 퇴행적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책과 노선에 의한 합리적 경쟁이 아닌, 인물중심의 캐릭터 경쟁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이 과정에서는 민생을 위한 좋은 정책이 생산되기 어렵습니다. 다른 하나는 일관된 노선과 철학이 사라지고 오로지 자파만의 이익을 위한 무한경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계파정치로 얼룩진 한국과 일본의 정치문화를 결코 선진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계파정치의 프론티어 DJ와 JP


진보신당은 계파정치로 가고 있는가


문제는 진보신당에서 정파질서가 사라지면서 그 공백을 계파질서가 조금씩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서울시당 선거에서 양 진영이 벌인 소위 측근 논쟁은 진보신당의 경쟁구도가 노선과 정책이 아닌 특정 인물과의 관련성, 즉 계파적 질서로 퇴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능하게 합니다. 한 전진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진보신당 전국위원 선거에 출마한 전진 회원은 10% (수치상 10%면 9.8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당내 유일 정파인 전진이 강력하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제 우리는 거대 정파가 사라진 이 자리에 새로운 정파 질서를 구축할 것인가, 파벌에 의한 계파질서를 구축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평당원 민주주의를 할 수는 없는가


평당원 민주주의라는 말이 정식으로 이론화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정한 경향적 선호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는 있습니다. 이는 당 지도부나 의결기구가 가진 책임과 권한을 전체 평당원에게 얇게 분산시키는 것을 당이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하지 못한 책임과 권한은 실제 의결과 심의, 집행과 실천의 파행과 마비를 가져올 뿐이며, 오류가 있는 결정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지거나 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특히 당내 정파를 부정하는 평당원 민주주의는 정치와 권력의 속성에 대한 몰이해와 민주주의의 문제를 제대로 고려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입니다. 이는 PT독재와 민주집중제로 무장한 극좌파의 민주주의론 만큼이나 순진한 것입니다. 이는 토지는 비옥해지기를(의회진출 등 정치권력의 성장) 바라면서 그 땅에 아무런 식물(정치집단, 정파)도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걸 모두 베어내면... 이산화탄소는?


계파질서로의 퇴행을 막아야 하는가


그렇습니다. 진보신당은 대외적으로도 대내적으로도 책임 있는 정책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 보스를 중심으로 구축되어가는 계파적 질서를 와해시키고 정파간의 정책과 노선대결로 당내 정치 갈등을 연착륙 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진등 기존의 정파가 당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며 당원들도 정파라면 무조건 눈을 흘기는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새로이 정파를 준비하는 그룹들도 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나서려면 베일을 걷고 앞으로 나가 당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당당히 심판받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들의 노선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공산주의, 생디칼리즘, 생태주의, 여성주의등 다양한 정치세력이 서로 합리적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무엇이 합리적 경쟁을 막고 있는가


하지만 현재 진보신당의 정치 경쟁을 합리적 경쟁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후보자에 대한 인신 공격과 사퇴 요구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들을 정리하면 1) 후보자의 과거 경력을 가지고 문제 삼거나 2) 후보자의 정치적 친분관계를 공격하거나 3) 후보자의 도덕성을 공격하거나 4) 후보자의 부당행위를 공격하는 식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 대부분이 당에서 징계처리등 공식절차가 끝난 사건들입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어떤 사건에 대하여 일단 판결이 내리고 그것이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소송으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 의해 이 사건들이 후보자들의 정치 활동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으로 존재할 이유는 없습니다. 진보신당 밖에서 있던 일을 끌어들여와 후보자를 인신공격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각 후보자를 공격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낙선운동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낙선운동은 특정 후보자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을 권유하여 해당 후보자가 낙선되게 만드는 것이지 후보자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사퇴하라는 압박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거의 후보자는 유권자들의 선거 결과로 심판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낙천운동도 공천 받은 후보자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문제 삼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유권자인 당원들에게 투표라는 형태로 주어져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흐름들이 후보자 개인의 인성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임 있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아 할 진보신당의 당내선거가 정책선거가 아닌 인물간의 상호비방이 되어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보수정치의 좋은 점은 배울 수도 있지만 이 점은 배워서는 절대 안 되는 것입니다.


정치의 인격화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진보신당은 인물중심의 계파적 문화가 스며들고 있으며, 선거 역시 인물중심의 상호 비방의 모습을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점입니다. 결국 정치가 지나치게 인격화되어 정책과 노선경쟁을 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인격화된 정치의 문제점은 결과적으로 당원들이 당 지도부를 선택-교체하고 제어 할 수 있는 폭을 줄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진보신당의 당원으로 들어온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등, 평화, 생태,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지 성인군자와 친해지는 것이 아닙니다.(좀 더 이야기 하자면 성인군자가 아닌 보통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야 합니다.)


모든 정치인이 이분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출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파는 계파보다 민주적인가


정파질서가 계파질서보다 만드시 민주적이라고 부를 수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파질서를 합리적 경쟁구도로 만들면 적어도 그것은 당원에 의해 컨트롤이 불가능한 계파질서보다는 훨씬 민주적이라고 자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정파를 당원들이 통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정당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파등록제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정파등록제는 정파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정파를 책임정치의 강력한 구속으로 당원의 통제하에 묶어두는 것입니다. 적어도 민주적 질서로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점, 정책과 노선으로 대결한다는 점에서 정파질서는 계파질서의 그것보다 진일보한 민주적 질서라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정당에서 실현가능한 민주주의의 가장 현실적인 모델입니다. 계파는 반드시 정치의 독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정파는 그 자체로 천사도 악마도 아닙니다. 당원들에 의해 통제 가능한 정파는 천사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정파는 지하세계의 악마가 될 뿐입니다.





정파는 천사도 악마도 아닙니다


정파를 없애기 위해 단일정파로 구성된 당을 만들 수는 없는가


그렇다면 정파 갈등을 막기 위해 당내 모든 여론을 통일시켜 단일정파적 성격을 가진 당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유럽의 매우 작은 극좌정당들이 그 예입니다. 또 다른 예는 50~60년대 북한의 노동당처럼 남로당파, 연안파 등 반대파를 종파주의로 몰아 무참하게 숙청하고 유일사상과 독재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무서운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당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조금이라도 정치권력을 획득하면 당세가 확장되고 이것은 필연적인 의견그룹의 분화를 낳습니다. 이것이 무질서하고 파행적으로 이루어지는가, 혹은 합리적으로 건전하게 진행되는가 우리의 선택지는 이 두 가지 뿐입니다.


진보신당에 필요한 정파는 무엇인가


정파는 당원들에 의해 그 생각과 실천이 공개되고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당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책임있는 의견그룹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생활정파로서 풀타임 운동권만의 정파가 아닌 다양한 생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진보신당이 책임 있는 민생정당, 강력한 정책정당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독점적 부를 축적한 소수의 지배계급에게 강력한 증세를 통해 구속하고 이를 통해 충원된 재정으로 서민에게 복지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것이 독점화된 사유재산의 재분배라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사회주의로의 민주주의적 길, 즉 사회민주주의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약 및 결론


1) 현대 정당정치에서 정파는 필연적이다.

2) 정파를 부정하다보면 계파적 질서로 퇴행 될 수 있다.

3) 현재 진보신당은 그러한 퇴행적 질서가 포착되는 듯한 우려가 보인다.

4) 이러한 퇴행적 계파질서를 넘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파간의 경쟁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5) 그러기 위해서 당내 선거에서 도덕성과 인신공격을 통한 후보자 사퇴압박이 아닌 정책과 노선대결의 구도로 옮겨지고, 후보자는 선거 결과를 통해 심판받아야 한다.

6) 진보신당의 정치적 흐름들은 책임 있는 정파를 지향하고, 건전한 정파질서가 구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파논쟁에 대한 제 생각을 부족하게 나마 이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2009년 03월 24일 (화) 16:02:40 권병덕 / 진보신당 당원 redian@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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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를 성장해 2000년대를 살고 있다.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스스로를 역사학도라고 생각한다. 면식과 만화 수다와 어린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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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더기 2009.05.14 17:32
    왜 여전히 정파는 안되는가
    [독자 투고] 체질적 소수정파의 습관적 무능에 관하여



    1. 여전한 혼란, 대체 정파란?!

    우선 권병덕님께서 하신 정파에 대한 정의에서 시작하겠습니다. 님께서는 "정파란 정치의 영역에서 공통의 의견을 가지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모든 집단을 의미한다"고 하셨습니다. 한가지 질문드리지요. 이 정의는 왜 '당'이 아니고 '정파'입니까?

    '당'이야말로 정치 영역에서 공통의 의견을 가지고 이를 실천에 옮기려고 만든 조직입니다. 그래서 다른나라에는 사민주의하겠다는 사람들은 사민당 만들고, 사회주의 하겠다는 사람들은 따로 노동당 만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운동과 이념이 다른 이들이 하나의 정당으로 모이는 경우가 있는데 민주노동당 때처럼 서로 다른 애들이 모여서 당을 만든 경우가 그것인데 이러한 경우의 정당을 <정파연합모델>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파연합모델은 좌파정당이 제도권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조건들... 소선거구제, 보수일변의 정치 풍토 등등의 특수한 조건에 의해 주어지는 모델입니다.

    즉, 당내 정파란 필연적이고 반드시 존재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정치조건 속에서 주어지거나, 당 내의 일정한 정치적 입장차이가 당내의 정치과정을 통해 이념적, 운동적 차이로 분화되면서 '형성'되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즉, 정파란 운동이지 제도가 아닙니다.

    그런데 권병덕님께서는 당적 정의를 '정파'의 정의와 혼동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당내 계모임, 술모임까지 모두 포함해도 이상할 게 없는 느슨한 개념으로 정파의 정의를 확장합니다. 위 문장에 이어 권병덕님의 정파의 정의는 바로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이들은 일시적일수도 있고, 장기지속적일수도 있습니다. 그 조직은 수직적일수도 있으며, 수평적일수도 있습니다. 고도의 단결성을 가질 수도 있고, 고도의 자율성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의 단결성을 척도로 보면 한쪽 극단에는 볼세비키같은 조직도 있고 진보신당 내에서와 같이 각종 자발적 소모임들이 있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조직이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그건 지들 맘인거고, 단결이 잘되는 철의 조직인지 지멋대로의 당나라 조직인지는 조직역량에 달린 것이지만 단, 정파조직은 두 가지를 전제해야 합니다. 첫째, 정파는 이념적, 운동적 차이로 인해 당내의 정치지형을 형성하며 대립하는 조직이며 둘째, 이러한 대립은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성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2. 정파는 '제도'의 산물이 아니라 '운동'의 산물입니다.

    권병덕님 그리고 여러 <사회민주주의 공개정파를 준비하는 모임 (이하 ‘사민준’)> 동지들과 저의 정파에 대한 기본적 관점의 차이는 이것입니다. 사민준 동지들에게 '정파'란 현대 민주주의가 다당제로 인한 대의제인 것처럼 현대정치의 정당은 여러 정파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운영되는 대의체계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민준 동지들은 그 정파들이 구분되는 '차이'와 그 '운동'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 내에 어떠한 운동이 어떠한 차이를 형성하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정파 할당제>가 당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판단하고 수정동의안을 발의하셨던 겁니다.

    사민준 동지들에게 '정파'란 <제도>이지만 저의 판단에, 그리고 지금껏 진보진영의 역사에서 '정파'란 운동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제가 집요하게 묻는 것은 '정파'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정파들이 어떠한 운동과 대립 위에 지형을 구축하고 있느냐라는 <정파지형>입니다.

    그래서 사민준 동지들은 <전진>이 어쨌든 조직이니까 당내 정파라고 하시지만, 저는 이들이 당내에 어떠한 정치적 지형과 대립을 구성한 바 없으며 스스로 그럴 의사를 분명히 하지 않았음으로 <전진>을 우리당의 <정파>라 하지 않는 것입니다.

    권병덕님께서는 <사회구성체 논쟁> 책 그림 밑에 "이런 책을 읽지 않아도 정파질(?)을 할 수 있다"고 미주를 다셨습니다. 전 "이런 책을 읽고 정파질을 했기 때문에 민노당이 망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민노당에서 정파들은 80년대의 사구체 논쟁에 기반한 정파들인데 새로운 한국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논쟁과 새로운 운동 속에서 정파지형을 새롭게 구축하지 못하고 과거의 지형 위에서 조직적 대립을 반복했기 때문에 민노당의 정파운동은 '망한 운동'이었습니다.

    사민준 동지들에게 민노당의 실패는 "음성적 정파를 양성화하는데 실패한 <제도>의 실패"였지만, 저의 평가로는 민노당의 실패는 "낡은 정파들이 구성한, 낡은 운동지형... 당내 <정파운동>, 그 자체의 실패"인 것입니다.

    3. 세계 어느 정당의 정파도 '정파조직' 자체를 목적으로 수립된 정파는 없다

    전 대체 언제부터 사민주의자들이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수준의 '책임정치와 대의 민주주의' 개념을 좌파정당의 핵심적 원리로 주장했는지 의문입니다. 단순히 책임정치와 대의 민주주의를 위해 '정파'가 필요하다면 <노빠 정파>와 <심빠 정파>가 당 내에 제도적으로 안착해서 정파할당 받고하면 안되는 건가요?

    님들의 개념으로는 '계파'는 양성화와 제도화가 안된 것이 문제일 뿐 그 대립이 구성하는 천박성- 이념적, 정치적, 운동적 차이가 아닌 '인맥관계'가 당내 질서의 중심이 되는걸 문제삼을 이유가 없습니다. 과연 세계 어느 좌파 정당의 정파가 <사민준>처럼 '다당제 대의 민주주의' 개념을 정당 정치의 개념으로 그대로 빌려와 단지 경쟁적 대의체계를 구성하기위해 당파를 구성한 사례가 있습니까?

    수많은 정치적 사안 속에서 집결과 해산을 반복하면서 당내의 운동이 각자의 차이를 근본적인 이념과 운동의 차이로 형성할 때 당내 정파는 바로 그 운동 위에서 형성되고 발전해온 것입니다.

    4. 체질적 소수파의 습관적 무능

    전 민노당 시절 평등파의 문제를 '체질적 소수정파의 습관적 무능'이라 생각합니다. 민노당 시절 평등파가 자신을 하나의 정파로써 스스로 정립할 근거는 이미 <사회구성체 논쟁>이 종결되면서 상실했습니다.그래서 새로운 운동 위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자주파의 운동에 반대'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지녔습니다.

    바로 이러한 '반정립'으로써의 운동은 결코 '정립'으로써의 운동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평등파가 당 내에서 소수파로 입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말 그대로 '체질적'인 것이었죠. 그러한 체질은 상대가 정립한 운동을 새로운 정립을 통해 극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습관적 무능'이 되었습니다.

    전 현재 우리 당의 <사민준>이 원단부터 디자인까지 철저하게 '체질적 소수정파의 습관적 무능'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당내 정파라고 정의한 바 없고, 조직 자체도 당나라 조직이 된 <전진>을 끊임없이 물고 들어가는 이유는 바로 스스로 당내에서 '운동'으로 정립할 능력과 비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패권'은 커녕 당 내에서 조직적 역량을 발휘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전진>을 은연 중에 <자주파>에 자꾸 비유하는 것은 스스로 당내 운동을 가동하고 분화할 구체적 운동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패권'의 그림자와 싸우려 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민노당 시절 평등파스럽고 더 이상 우리에게 필요 없는 정치 마인드입니까?

    5. 다시 한번 당의 새로운 모델을 생각하며

    저의 이전 글에서 가장 크게 받았던 오해는 저의 글이 '정파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읽히는 것이었습니다. 전 이렇게 독해되는 것 역시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당은 매우 느슨한 '진보'라는 개념으로 집결했습니다. 뭐 이런 당나라 당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당은 언젠가 이념적, 운동적으로 전선이 구성되어 당 내에 여러 정파들을 형성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묻는 것은 '먼 훗날의 가능성'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발딛고 서있는 '당 내의 운동'입니다.

    과거 민중운동이 NL/PD의 정파적 질서를 구축하는데 수많은 정치 현안들의 논쟁과 운동을 거치는 '만 7년의 형성기'가 필요했으며 그 역사 속에는 뚜렷한 정치적 차이 없이 조직들이 각자의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드는 '써클주의'와 '종파주의'와의 투쟁이 공존했습니다.

    전 민노당이 80년대 낡은 정파적 대립에 기반해 21세기 민노당의 당적 운동을 구성했던 것을 비판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이유로 지금 21세기 진보신당이 20세기의 낡은 사회주의와 사민주의의 정파적 대립 위에 서는 것을 반대합니다. 이것이 지금 제가 아직 아무런 힘도, 규모도 없는 <사민준> 동지들을 집요하게 물고들어가는 이유입니다.

    저는 당내의 사회주의와 사민주의의 경향적 흐름이 당의 새로운 운동과 새로운 정치적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집결되고 해산하면서 먼 훗날 당의 자양이 될 새로운 운동의 조직적 모태가 된다면 기꺼이 이를 반기며 하나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의지도 의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당내의 정치 속에서 실질적으로 만들어갈 운동의 결과일 뿐,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대립을 가정한 <제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현안 속의 치열한 논쟁과 소통이며, 진보를 구성할 다양한 주제들의 운동입니다.

    그리고 전 이것이 가능한 분화된 운동과 조직으로 흐트러지기보다는 소통을 통한 통합으로, 우리 당이 보다 흐트러짐 없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한국의 진보정치사에 단일한 100년 정당이 되길 희망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구체적 논쟁과 소통에 집중하며, 존재하지도 않는 이념적, 운동적 대립으로 당을 분할하려는 각종 써클주의와 종파주의와 투쟁할 때입니다.

    대립과 분할의 이념적, 운동적 차이 없이 단지 <다당제 대의 민주주의>의 순진한 당내 정치로의 적용은 과거 정파 형성기에 우리 운동이 끊임없이 빠져들었던 '써클주의'와 '종파주의'의 또 다른 반복임을 <사민준> 동지들에게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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