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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 활동가를 향한 정신승리의 파산을 바라보며

posted Jul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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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랜B에 실린글 http://nowplanb.kr/2565


활동가를 향한 정신승리의 파산을 바라보며


나는 시민단체 회원 활동으로 시작하여 시민단체, 정당, 노동조합에서 일했다. 활동가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는 알리바이는 있다.

더플랜B에 올라 온 강정모 씨의 글(비영리활동가, 정체성에 대한 다른 시선 : 활동가는 누구인가?)은 활동가를 바라보는 시민운동 중견세대의 시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글이 이런 시각과 주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논의를 시작하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

강정모 씨의 글은 세 부분으로 되어있고 세 부분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명제로 요약가능하다.

  1. 상근활동가와 자문을 하는 전문가의 처지와 역할이 다르다. 서로 이해해야 한다.
  2. 강박적으로 일만하지 말고 적당히 쉬면서 해라.
  3. 활동가는 조직원으로서 조직의 가치를 가장 열정적으로 구현한다. 그들은 상근직원이 아니라 상근회원이며, 상근활동가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3번의 명제이다. 문제가 된다는 것은 3번 명제가 2016년 오늘의 활동가들에게 논쟁이 될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번과 2번은 왜 등장하는가. 이유가 있다. 그의 글은 맥락에 따른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첫 번째 문단을 보자.

엔피오의 전업활동가를 그만둔 지 일 년 반 쯤 됩니다. 대신 관련한 몇 단체에 전문위원이나 이사 등으로 위치가 전환되었습니다. 미혼이었을 때와 기혼일 때, 아이가 없을 때와 있을 때, 아이가 성장해갈 때마다 세상이 달리 보이듯 짧은 기간이지만 활동가시절과 비상근협력자로서 엔피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활동가 출신이지만 이제는 전업활동가가 아니기에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활동가들에 대한 충고와 조언이 가능하다는 위치 선정을 하고 있다. 여기서 1번 명제가 바로 도출된다. ‘너희들 마음은 알지만 우린 역할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해한다. 그리고 맞는 말이다. 두 집단의 견해차가 생길 경우 이는 서로 이해하고 조정하면 될 일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뒤이어 나오는 명제부터 화자의 글은 읽는 대상(현직 활동가)보다 좀 더 높이 올라간다. 강정모 씨는 좋은 삶의 자세에 대해 말하고 활동가에게 일만하지 말고 잘 쉬어야 하며, 쉴 때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고 말한다. 동의한다.

그러나 이 명제는 3번 명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3번 명제를 아주 쉽게 요약하면 ‘열심히 일하라’라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대부분은 적은 월급으로 월급 이상의 일을 해야 겨우 굴러가는 상황이다. 즉, 쉴 시간이 없다. 2번과 3번이 충돌하는 이유는 단순한데, 이는 다시 첫 번째 문단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현직 활동가가 아니다. 그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언자이기 때문이다.

3번 명제는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고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어야 할 근로자의 기본 권리가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기업이든 단체든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에 해당된다. 이들에게 직원이 아닌 다른 정체성을 굳이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마지막 문단을 보자

…단체의 주인은 회원이고, 모든 사람은 회원이라는 이 원칙이 사라지면 비록 현실적으로 생존한다 해도 단체로서 존재의의는 없는 것이다. 직원은 급여만큼 일하게 된다. 하지만 조직의 가치에 동의한 회원은 나아가 아예 그 가치와 비전에 온전히 시간을 다해보겠다는 ‘상근활동가’는 ‘직원’과는 분명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

직원은 급여만큼 일하게 되고 이는 문제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근로자는 급여만큼 일해야 하는 것이 맞다. 초과 노동에 대해서는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이를 어길 경우 현행법은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고 법적 처벌을 가하게 된다. 시민단체들이 한반도를 떠나 자본주의 원칙 같은 것이 없는 북한이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국가로 이사가지 않는 이상 이 자본주의의 원칙(임금액수=근로의 양과 질)은 지켜져야 한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시민단체가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것은 물론 사회주의의 이상과도 맞지 않는 이 같은 담론에 휘둘리는 것은 위험하다.

강정모 씨가 영리조직(기업)과 비영리단체(시민단체)의 노동을 굳이 구분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다수의 영리조직 노동자는 자신의 현장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업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돈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분명히 있다. 일반기업의 노동자들도 활동가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며, 이들은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자 노력한다. 시민단체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과 일반 기업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의 노동윤리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현상은 자본주의의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운동권이나 마르크스 용어로 ‘노동 소외’라고 한다. 마르크스 이후 자본주의를 건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사회주의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현실의 노동 속에서 나타나는 노동소외 현상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많은 헌신을 했다. 현대 자본주의는 그들의 역사적 헌신 위에 지탱되고 있다. 그들의 헌신과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무시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려되는 점이 있다. 강정모 씨가 어떤 의도에서 글을 썼든 이 같은 논리는 현직에 종사하는 말단활동가들에게 더 쥐어짤 것을 요구하는 논리로 사용될 것이다. 현재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경제적 궁핍과 가족과의 갈등을 겪으면서도 낮은 사회적 지위로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내가 이 돈 받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정말 맞을까’ 하는 고민을 매주 토요일부터 다음주 금요일 저녁까지 하는 사람들이다. 너는 이 조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고, 그래야 하며, 월급 이상을 일해야 한다고 정신교육을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나의 선배세대들은 강정모 씨처럼 초과노동을 당연히 하며 일 해왔고, 그렇기에 현재 한국의 시민운동이 성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노동착취를 통해 급성장한 한국 자본주의의 궤적과 다르지 않다. 이 모델이 파국은 2014년 4월이 되자 모두가 좋든 싫든 알게 되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남녀 대신 여남이라 부르고 니그로 대신 블랙이라 부른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정신승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_ 권병덕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rnjsqudejr)

 

이 글은 강정모님의 글, <비영리활동가, 정체성에 대한 다른 시선 : 활동가는 누구인가?>을 보고 권병덕님께서 페이스북에 쓴 내용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운영자가 게재를 요청했고 권병덕님께서 일부 내용을 수정하여 다시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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