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소감

파랑새는 있다

posted Jan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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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운경을 대표하는 드라마이자 비운의 걸작으로 손꼽는 드라마다. 어릴때 인상깊게 본 드라마인데, 당시에도 뛰어난 드라마지만 재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이 드라마의 후반부를 보지 못해서 이 드라마의 결말을 몰랐다. 드라마는 어른들에게 눈동냥으로 보는 것이라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순박하던 병달이는 서울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좋아하던 신희경이랑 그냥저냥 살게될까. 공중부양은 할 수나 있는 걸까. 병달이 좋아하던 봉미는 어떻게 될까. 그저 그들의 앞날이 궁금했다. 작정하고 며칠만에 몰아서 봤다. 예상대로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내용의 전개와 줄거리에서 파랑새는 봉미일 수 밖에 없다. 제작진이 의도했던 제목인 파랑새는 없다는 너무 이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봉미가 주변을 감화하는게 극의 중심에 가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잘 지은 제목이다. 물론 처음부터 작가와 제작진이 이런 전개를 노렸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공중부양을 배우러 온 병달이 서울에서 타락하고 몰락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한다면(즉 홍식 Mk.2라면) 파랑새는 없다는 제목이 더 어울릴 것이다.

공중부양은 이 드라마의 맥거핀 같은 존재였다가 후반부에서 갑자기 김을 빠지게 하는데, 어릴적에는 이 드라마에서 정말 병달이가 공중부양 하는 장면이 나올지가 꽤 관심이었다.

방영 당시 이 드라마는 전작인 서울의 달이 그랬던 것처럼 자극적인 소재로 주목받고 비판받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시각으로 보니 밤무대는 문제될게 없다. 대신 흔히 말하는 남혐 여혐의 요소는 모조리 등장한다. 요즘 같으면 밤무대라는 소재가 아니라 이 문제로 방영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가장 암을 유발하는 캐릭터는 주인공인 병달인데 한남충의 전형을 보여준다. 봉미를 무식하다고 구박하는 것은 애교, 아침에 롬메에게 전화해서 모텔비를 가져다달라고 하질 않나, 여자에게 수백만원을 갖다바치질 않나. 다시 보니 순박한 시골청년의 헌신적인 짝사랑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특히 봉미에게 하는 태도들이 문제인데, 재밌는 것은 봉미의 과거(창녀)에 대해 유일하게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병달이가 봉미를 교제 상대로 마음에 두지 않은 것은 세련되지 않고(무식하고) 부모가 없다는 점이지 과거 때문은 아니었다.

나머지 남자캐릭터도 심각하다. 아내가 있는데도 어떻게든 여자에게 찝쩍거리는 청풍이 형님, 그야말로 꼰대의 결정체인 샹그릴라 심양홍 사장, 술만 처먹으면 봉미를 자빠트리려는 아마데우스 손님들, 밤무대 가수들 삥뜯기에 혈안이 된 샹그릴라 조상무. 남혐만으로는 성이 안찼는지 여혐도 만만치 않다. 어장관리의 귀재 신희경을 비롯하여 세계관 최강자인 황마담. 사장이 자기를 무대에 안세워 주니까 일단 잠부터 재우려는 패티정, 봉미를 헐뜯고 따돌리려는 동네 아줌마들. 그럼에도 이들이 악당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며 그저 평범한 서민들의 모습이다. 김운경 드라마에는 전형적 악역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요즘 드라마라면 이런 리얼리티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이 반응하는 코드가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한다.

극을 이끌어가는 봉미(정선경)는 서울의 달의 채시라(영숙)를 떠올리게 한다. 영숙이 달동네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미모로(그 시대 화장법의 한게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미모다) 정신 못차리게 하는데, 정선경은 정말 묘하게 단아한 목소리와 연기로 사람 애간장을 녹인다. 정말 괜찮은 배우다. 장선우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배우를 색스심벌로 활용 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시청률이 더 나왔다면 이 드라마로 대스타가 되었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그 이전까지 이미 톱이었으니 아쉬울 건 없다.

봉미라는 캐릭터는 정선경이 연기를 못했으면 희대의 발암 캐릭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후반부에서는 봉미에게 클로즈업만 잡혀도 정말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정선경은 목소리와 발성이 대단한데 문정희에 버금간다 할 수 있다.

드라마 방영 초반에 주목을 받았던 백윤식은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다. 연기의 한계라기 보다는 캐릭터와 대본의 한계가 아닐가 한다. 연장 방영분의 상당 분량을 백윤식(백관장)이 커버해야 했기 때문이다.

패티정을 연기한 양금석은 이 드라마로 빛을 봤다. 이 드라마는 실제 가수들이 제법 등장하는데(강수지, 오은주, 김중배 등) 노래실력으로는 양금석이 이들을 능가하는 것 같다. 가수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드라마 종영후 트로트 앨범을 냈다 한다. 패티정의 딸 수진이 역을 맡은 김민정은 전문연기자는 아니지만 패티정과의 캐미가 워낙 좋았다. 발음이 다소 좋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 드라마 이후로도 연기를 계속 보여주지 못한 것은 더욱 아쉽다.

백관장에게 당하기만 하는 노필이 삼촌을 지금은 안나오는 배우 명계남씨가 보여준다. 정말 찌질한 연기 잘한다. 김운경 드라마의 미덕은 인간이 얼마나 잘 변하는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것에 있는데, 노필이 삼촌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이다.

무엇보다 김운경의 강점은 악을 다루는 방식이다. 악은 부지런하며 끊임없이 번민한다. 최동훈 류의 범죄영화처럼 엄청난 시나리오의 작전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사람이 사는 일이 원래 그렇다. 여기에 리얼리티가 있다. 

드라마는 아이엠에프 직전인 97년에 방영되었는데, 메뉴판등을 보면 물가가 생각보다 높다. 해장국이 4000원하고 청바지가 2만원. 당시 사회상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정주행을 마치고 초반부를 다시보니 봉미 입장에서는 병달이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서 나라도 반하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 죽으려는거 살려줘, 오갈데 없는거 집 구해줘, 몇 달 지낼 돈도 줘, 생계 막막한데 여기저기 알아봐줘. 특히 담배피려는 봉미의 성냥불을 염력으로 꺼버릴때. 참 짠했다. 그러나 중반부의 발암포스가 너무 막강해서 보다보면 잊게된다. 병달이가 자신과 절봉이한테 돈 꿀 때마다(신희경한테 맞탱이가 가있을 때) 본인한테 돈을 너무 많이 줘서 저리 돈을 꾸는게 아닌가 하며 마음 졸였을 지도 모르겠다. 4회나 더 연장을 하면서 봉미의 병달이의 해피엔딩을 좀 더 보여주지 않은게 아쉬운데, 원래 작가가 그런걸 잘 안그리는 것 같다.

어쨌든 한 줄 요약.

정선경씨 아름다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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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성장해 2000년대를 살고 있다.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스스로를 역사학도라 생각한다. 면식과 만화, 수다와 어린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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