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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인턴과 근로기준법

posted May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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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8월 1일 최민희 의원실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어제 청년유니온에서 논평이 나왔다. 논평이 나오기 까지 기다렸다. 믿을만한 단위에서 입장이 나오기 전에 이런저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2.
이 개정안의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청년유니온의 논평에 잘 나와 있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다. 어찌되었든 무급인턴은 현행법상 근로자가 될 수 없다. 무급인턴을 근로자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것은 노동법 전체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

3.
무급인턴을 근로의 영역으로 포함하여 이를 용인할 것인가의 문제도 발생한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명제가 노동법의 철학적 근간이라면, 무급 인턴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무급 인턴은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제공받아야 한다.

4.
이 법의 다른 문제는 무급인턴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최민희 의원의 개정안은 77조의 적용대상에 무급인턴 항목을 하나 신설하자는 것이다. 77조의 항목은 “7장 기능 습득”이고 내용은 “(기능 습득자의 보호) 사용자는 양성공, 수습, 그 밖의 명칭을 불문하고 기능의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를 혹사하거나 가사, 그 밖의 기능 습득에 관계없는 업무에 종사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용상 수습이나 유급인턴에게 부당한 근로를 시키지 못함에 있다. 그리고 현행법상 무급인턴에게는 아예 근로 자체를 못시키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것은 법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현행법을 지켜야 하는 문제다. 그 점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전태일의 외침은 언제나 옳다.

5.
정황상 이 법 개정안은 애초 한 청년단체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 선의와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개정안을 발의한 최민희 의원실의 진정성과 선의 역시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은 잘못 되었다.

6.
법 자체의 문제와 더불어 결과적인 문제가 있다. 청년유니온의 논평에서도 잘 나와 있지만 이 개정안의 선의와 상관없이 통과될 경우(통과가 될 수 없다는데 돈을 걸겠다), 무급인턴에게 근로를 시키는 불합리한 관행이 제도화, 현실화, 합법화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무급인턴을 마음놓고 쓰게 될 가능성이 있다.

7.
제도란 결국 그 의도나 취지만으로 판단 될 수 없다. 정치나 정책이란 결국 살아 숨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제도의 취지보다 제도가 낳게 될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을 수 있다.

8.
내가 아는 범위에서, 법안의 아이디어는 어떤 청년그룹에서 나왔다. 최민희 의원실에서 이를 받았다 한다. 이 경우 청년들보다 최민희 의원실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법 개정안의 아이디어는 어찌 되었든 무급 인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의원실을 법적 검토를 했어야 했다. 그것이 원래 의원실-입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아무렇게나 법안을 제출하여 애써 고민한 청년들에게 상채기를 주어서는 안된다. 전문가의 역량이란 이럴때 쓰여져야 한다.

9.
입법과정이란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대단히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다. 좋든 싫든 그 연결은 의원실에서 하게 된다. 그 임무를 방기하게 되었을 때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 많은 청년들은 이 법의 취지만을 보고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연한 일이다. 이는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10.
개정안의 내용상 선의고 취지고 뭐고 상관없이 워낙 법 자체가 말이 안 되므로 부결될 가능성이 클 것같다.

11.
문제의 개정안과 상관없이 무급인턴이든 유급인턴이든 그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될 필요는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개정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산업영역에서의 재해를 다루는 산재법의 개정이거나 부당한 근로 요구에 대한 공익 소송일 수도 있다.

12.
법안이 제출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에서 그나마 의견이 제출된 것이 청년유니온이다. 사정은 잘 알지만 민주노총이나 다른 야당에서 이에 대해 검토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개정안에 공동발의한 의원들중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이 아무도 없다는 것도 미처 검토되지 못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13.
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정책을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짧게나마 입법부에서 일해 본 사람으로서, 정책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더 많은 고민이, 끝없는 정진이 필요하다.

청년유니온 논평 보기 http://cafe.daum.net/alabor/4gch/598



- 2013년 8월 27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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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를 성장해 2000년대를 살고 있다.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스스로를 역사학도라고 생각한다. 면식과 만화 수다와 어린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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