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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 활동가의 자세보다 노동 윤리가 필요하다

posted Aug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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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랜B에 기고 http://nowplanb.kr/2617


활동가의 자세보다 노동 윤리가 필요하다.

– 노동 없는 한국의 민주주의, 노동 없는 한국의 사회운동을 보며

지난 번 글, ‘활동가를 향한 정신승리의 파산을 바라보며’에 대해 이런 저런 반응을 보았다. 시간이 좀 지나갔지만 글의 일부는 경향신문 기사, ‘386운동권이 떠난 시민사회, 다시 흥할 수 있을까’에 소개되기도 했었다. 어떤 형태로든 논의가 진척되기를 바랬지만 더 엄청난 뉴스가 생기는 바람에 그러하지를 못했다.

대체로 내가 찾아 볼 수 있는 반응은 ‘시원하다’거나 ‘아직도 그러고 있냐’는 것이었다. 전자는 대게 젊은 사람들의 반응이고 후자는 그보다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의 반응일 것 같다. 어차피 좋은 소리 듣자고 쓴 것은 아니기에 다양한 비판이 보여지기를 바랬지만 내 시야에 한계가 있거나 글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아래부터는 제기되었던 몇 가지 반응들에 대해 코멘트 하고 활동가의 노동윤리와 노동환경에 대해 몇 마디 더 붙이고자 한다.

1. 제목이 잘못되었다.

맞는 말이다. 활동가에 대한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대해 ‘파산한 정신승리’라는 표현은 지나치다. 실은 제목부터 쓰고 내용을 써나갔는데, 줄줄 쓰다 보니 다소 빚나가버렸다. 3광을 내어 판을 마무리 하고 싶어버렸는데, 어쩌다 보니 청단이 나버렸다.

굳이 표현을 철회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다른 제목이 도통 안 떠올라서 였다. 다른 하나는 내가 이를 청산해야 할 구습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청산해야 할 대상은 ‘활동가는 평민-일반시민-회사원과 달라야 한다는 오래된 습관’이었다. 내 주장은 간단하다. ‘상근활동가는 평민-일반시민-회사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며 ‘달라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2. 노동 소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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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노동 소외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 솔직히 말해 마르크스주의를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알기에 노동 소외란 일을 하지만 그 일의 결과가 자신과 상관없고 임금만 받음으로써 일의 가치와 보람을 얻지 못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글에서 언급했던 강정모 씨의 글도 요즘 활동가들이 자신의 활동(혹은 노동)에서 가치와 보람을 찾지 못하고 겉도는 현상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본다. 맥락상 차이가 있지만 두 글은 사회운동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동 소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두 글이 같은 현상을 지칭하고 있으며 내가 지적하는 것이 허수아비를 때리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다.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활동가가 노동자와 다르며 다른 윤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허수아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현실에서 존재하고 작동하는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 활동가는 스스로의 노동 조건과 충전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이를 ‘노동운동’이라고 부른다. 노사가 화합하든 대결하든 이는 사회운동 진영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직원이 발버둥 친다고 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측도 제도와 조건을 통한 양보와 타협에 동참해야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자주 듣게 되는 말은 알아서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말이었다. 왜 몸 관리도 못하고 쓰러지냐는 것이다. 일주일중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장시간 일할 때 사람은 감기 등의 질병에 걸린다. 나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는 조건에서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는 방법을 아직 모른다. 그 방법을 알고 이를 의지로 돌파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사회운동 진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하루도 쉬면 안 되는 그런 상황을 인정하고 나머지 시간에 어떻게든 짬을 내어 건강을 유지하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게 인간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명제인지는 모르겠다.

현재 한국의 노동법은 한 주간 40시간 이상 노동할 수 없으며 주간 평균 하루 이상의 휴일이 주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활동가는, 적어도 조직내 임원이 아닌 상근활동가는 스스로의 노동조건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권한과 역할이 없다. 활동가는 노사가 결합된 이중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도 안된다.

4. 활동가를 노동자라고 재정의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에 의해 법적으로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그러한 주장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없다. 활동가가 노동자라는 말은 재정의도 아니다. 이미 법적으로 그렇게 정의되고 있으며 그러한 법치질서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활동가에게 노동자의 정체성을 부여할 경우 관료주의나 서비스기업 직원처럼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묻고 싶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인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 서비스직 노동자가 왜 무시되고 폄하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월급만큼 일하고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 관료나 서비스직 노동자가 된다는 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관료나 서비스직 노동자로 살아가겠다.

5. 설마

나는 정말 ‘활동가는 노동자와 다르며 그들보다 훌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나는 왜 노동자가 ‘활동가’에게 무시 받는 사람이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현실에 존재하는 노동자들, 이른바 민중들은 자신의 삶의 조건과 치열하게 싸우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결코 활동가 따위에게 무시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나의 노동운동 경험에 대해 기쁘고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만난 노동자들은 그들이 기업에 속하든 공무원이든 모두 스스로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려 하며 이를 위해 현실 속에서 싸워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노동과 활동(노동운동)은 쉽게 폄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활동가가 처해 있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묘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임금을 받고 일하는 활동가들이 인간다운 노동을 보장받아야 하며 이는 현재 대한민국이 명문상으로나마 보장하고 있으며 어쨌든 지켜져야 한다는 지극히 온건한 명제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 40여년전 한 영리기업 노동자가 외쳤던 단 하나의 명제를 벗어날 수 없으며 그가 외쳤던 단 하나의 명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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